동시대를 반영하는 사회문화적인 광경’

한국사회는 1960년대부터 과거에 서양사회가 거친 것과 비슷한 모습의 산업화, 근대화 과정을 거쳤다. 그런데 서양과는 다르게 많은 과정이 생략된 단축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기형적인 문화가 상당수 자리 잡고 있다. 성인들이 누리는 여가문화(餘暇文化)들 중에서도 품격이 있고 문화적이기보다는 키치(kitsch)적이고, 반문화적인 것들이 많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노래방과 관련된 음주문화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사회에서는 음주와 관련된 다양한 문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중에 하나가 일본에서 수입된 노래방의 변형인 단란주점이다. 그런데 노래방 기계는 단란주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주점인 흔히 말하는 룸살롱에도 노래방 기계가 설치되어 있다. 그 외에도 중년의 남여가 주로 출입하는 나이트클럽에도 룸을 꾸며놓고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노래방 기계를 설치 해 놓았다. 이와 같이 노래방기계가 설치되어 있는 노래방, 단란주점, 성인전용 나이트클럽 등 에서는 기성세대들의 음주문화와 관련된 여러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일반적으로 음성적이고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일들이 대부분인데, 이새벽은 이와 같은 한국인들의 음주문화와 관련된 여러 사회현상 중에서 상징적인 모습을 시각화하기 위해서 사진을 표현매체로 선택하였다.

작가는 성인들이 여가를 즐기면서 특정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출입하는 유흥주점의 풍경을 자신이 고용한 모델들의 행위와 포즈를 통하여 재현하였다. 동시대 한국사회의 특정한 대중문화를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내부구조를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유치하게 꾸며져 있는 유흥주점 룸의 내부와 실재와 같이 차려져 있는 술상 그리고 모델의 과장된 포즈가 유기적으로 얽혀서 유치하게 느껴지는 장면이 재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얼핏 보면 실제 상황같이 보이기도 한다. 마치 유흥주점 잠입 르포사진 같은 느낌을 자아낸다.


이새벽은 자신의 표현의도를 자연스럽게 시각화하기 위해서 준비된 콘티를 바탕으로 모델들을 완벽하게 통제한 것이 아니라,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여 모델들의 행위와 표정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면서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자연스럽지 못하고 경직된 포즈를 취한 모델이 있는가하면,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자신의 역할에 부합되는 포즈를 취한 모델도 있다. 모델들의 성격에 따라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을 하는 모델도 있고, 어색하게 자세를 취하고서 행동을 하는 모델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종 인화물에서 표출되는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심각하기보다는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읽혀진다.


이번에 작가가 전시하는 작품들은 실제 상황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다큐멘터리사진은 아니다. 하지만 동시대 한국대중문화의 특정한 단면을 바탕으로 연출된 장면이므로 현실과 유리된 것이 아니라, 현실을 좀 더 명확하게 인식시키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사회적인 견해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보는 이들에게 강요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신념에 따라서 자유롭게 결론을 내릴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그래서 작품을 구성하고 있는 이야기구조를 통하여 작가 자신의 주장이 적극적으로 표출되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는 것이 작품 한 장 한 장에서 느껴진다.


작가가 연출사진 기법으로서 현실을 적극적으로 구성하여 보여주고 있지만, 카메라워크의 선택이 주관적이기 보다는 객관적이고 관찰자적인 시선이라는 것에서 그러한 작가의 태도가 드러나고 있다. 그리고 작품제작과정에서 작가가 상황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은 것도 자신의 최종적인 견해를 결정하여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는 것으로 해석되어진다. 어쩌면 작가가 자신의 주관을 결정하는 시기가 전시기간중이나 전시가 끝난 이후가 될지도 모른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이 자신의 표현의도에 의해서 제작된 결과물이지만, 전시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작가가 특정한 현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는데 필요한 참고 자료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동시대 예술은 모더니즘 예술과는 다르게 매체의 순수성을 중요하게 여기보다는 작가의 표현의도에 따라서는 매체 통합적이고 탈장르적이다. 이번에 이새벽이 전시하는 한국현대사회의 특정한 문화에 대한 풍자적인 연출사진도 그러한 동시대 예술의 경향을 반영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영화나 연극적인 표현방식을 수용한 것이다. 그 결과 최종 결과물 자체의 외형적인 느낌과 의미도 보는 이들의 세계관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되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글: 김영태(갤러리 아트사간 디렉터)